[영웅 소개] - [어둠] 프람

이상적인 기사. 프람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습니다. 용이 수호하는 나라. 서쪽의 패자 아발론에는 마치 신화 속 전설처럼 주기적으로 고강한 기사가 나타나고는 했지요. 그들의 성격이나 태도는 늘 제각각이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한 충심만큼은 언제나 변함없었습니다. 프람 역시 그러한 이름을 이어받은 강자였죠. 이른 나이에 서임되자마자 두각을 드러냈고, 다음 대의 진정한 '기사'가 되리라 모두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자기 자신마저도요.

그러나 곧 프람은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재난 속에서, 사람은 선택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걸요. 기사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프람의 이름을 연호할 사람들이 멀쩡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라는걸요. 인지를 초월한 재액 속에서 프람의 목소리는 파묻혔고, 등을 맡기던 동료들은 앞다투어 달아났습니다. 생존을 위한 선택 끝에 남은 것은 즐비한 시체더미였죠. 프람은 고민합니다. 어떻게 해야 했는가?

세상은 산산조각 났지만, 정작 프람은 살아남았습니다.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강했고,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생존에 대한 의지가 투철했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죄책감에도 짓눌리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방법을 잘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프람은 필사적으로 '대의'를 믿었습니다. 그게 삶에 대한 원동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실의에서부터 멀어질 수단을 바랐던 것인지는 늘 정답을 찾았던 프람조차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든 프람은 되돌아간다 해도 똑같은 손을 맞잡을 것임을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 망설임과 후회만큼은 내던지기로 정했습니다. 프람은 앞으로도 어디에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살아남기로 맹세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