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소개] - [대지] 카를 3세
푸른 장미의 꽃말은 기적입니다. 위대한 자연조차 장미를 푸르게 물들일 수 없기에 그 의미가 더욱 빛나지요. 과거에는 하얀 장미를 푸르게 염색했다고 합니다만, 글로리어스 왕가는 오랜 시도 끝에 진정한 푸른 장미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영광의 나날이 이어지면 좋으련만. 왕가의 위엄이 곤두박질치며 그들을 상징하는 푸른 장미의 꽃말조차 퇴색되어버리고 맙니다. 전란의 암운이 짙게 드리운 시대였죠. 승냥이 같은 귀족들은 반기를 들었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끝까지 왕가의 곁을 지킨 건 레디오스 가문뿐이었습니다.
선왕이 암살당하며 정쟁은 극에 달했죠. 레디오스 일가 또한 몰살당했습니다. 어린 왕자의 오랜 친구, 크롬 레디오스를 제외한 모두가요. 그러나 시간은 글로리어스 왕가의 편이었습니다. 머지않아 귀족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났고 일부는 다시 왕가를 따르게 됩니다.
크롬을 필두로 한 찬성파 귀족들의 도움으로 카를 3세는 무사히 왕위에 올랐습니다. 즉위 직후 그가 첫 번째로 한 일은 레디오스 가의 복권을 위해 실권을 내주는 것이었죠. 당시의 카를 3세가 허수아비 왕이 될 운명을 예견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크롬이 대장군의 직위를 얻었을 때 그가 누구보다 환하게 웃어주었다는 것입니다.
부친을 여읜 어린 왕자는 다짐했습니다. 만백성의 어버이로서 반드시 살아남아 그들을 지키겠다고요. 무수한 권력 다툼에서 얻은 교훈은 가시를 날카롭게 다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카를 3세는 제 가시를 뭉툭하게 잘라냈습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허울뿐인 왕의 생존전략이라고 수군대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랍니다. 카를 3세는 이제 방심한 이들이 얼마나 손쉽게 약점을 드러내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