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소개] - [대지] 브랜든

잊혀진 국가 카디아라크. 이제 그 전승을 아는 이는 드물지만, 옛 왕국의 어진 왕을 기억하는 이들은 적지 않습니다. 이웃 국가 플로렌스에만 해도 노래와 동화의 형식을 빌려 오랜 시간 전해져왔지요. 500년 전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왕의 일화, 그 영웅적 선택에 대해서요.

그러나 불멸의 요정과 계약해 왕국을 지켜낸 국왕. 그 이야기에는 숨겨진 전말이 존재했습니다. 계약 이후에도 부서진 몸을 이끌고 온 힘을 다해 나라를 통치했다는 부분이었죠. 비록 불안정한 육신 탓에 금방 후계를 지정하고 왕국을 떠나야 했지만, 왕은 몸이 허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백성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수십, 수백 년을 홀로 지새운 뒤 다시금 도래한 재앙에 맞섰죠. 그가 사랑했던 왕국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가라앉은 지 오래였지만, 그럼에도 새로이 피어날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요.

하지만 그날, 누군가의 희생과 함께 전쟁이 종식된 날. 브랜든은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떠나보내야만 했습니다. 검게 물든 하늘 아래 몇 번이고 이름을 불러도 되돌아오는 목숨은 없었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커다란 절망이었습니다. 그러나 브랜든은 놓을 수 없었고, 놓지 않기로 했습니다. 동료들이 이어준 내일을 제대로 살아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불멸자는 자신의 옛 거처를 찾아갔습니다. 낡고 헤진 오두막을 수리해 언제든 다시 방문할지 모르는 동료들을 기다리며 지냈죠. 그러니 다른 시간선으로부터의 부름을, 새로운 재회의 가능성을 마다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오히려 아발론과 유니온 프로토콜이라는 격변의 흐름마저도 순식간에 익혀 그의 것으로 만들었죠. 옛 친구를 무척이나 닮은 노인과 마주한 순간, 또 다른 결말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고요. 그러므로 브랜든은 단언할 수 있을 겁니다. 새 생명을 위한 주춧돌이 될 수 있다면, 자신은 어떤 고난이든 기꺼이 이겨낼 것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