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단한 마음을 가진 정령사를 부르는 이름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친구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옛 동료 등이 있겠지요. 하지만 어린 라르곤이 가장 많이 듣고 자란 이름은 '괴물'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괴물의 모습과 라르곤을 연결하는 데에는 꽤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향한 뾰족한 마음이 으레 그렇듯, 시작은 그저 사소하고 별것도 아닌 이유였지요. 라르곤의 부모가 목숨을 잃은 건 그의 잘못이 아니었고, 마을에 전염병을 몰고 온 것 또한 그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 '괴물'은 항상 웃었습니다. 내가 웃으면 반드시 누군가는 따라 웃어줄 것을 믿으면서요. 바보 같은가요? 한심해 보일까요? 상관없습니다. 슬픔을 뭉개고 절망 또한 숨기면 모든 것이 괜찮아졌거든요. 여태껏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이 착하디착한 정령사는 분명, 행복했을 거라고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누군가는 이 정령사의 뭉개진 마음을 알아봐 주었지요. 세상은 그들을 '마도대전의 열두 영웅'이라 부르지만, 라르곤에게 그들은 '하나뿐인 가족'이었습니다. 가족은 그의 마음에 천천히 균열을 내고, 그 틈에 꺼지지 않을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착하지 않아도 된다든지, 희생할 필요 없다든지, 누구도 네가 아픈 걸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든지.
그러니 라르곤이 지은 마지막 얼굴이 어떠하였을지 조금은 가늠이 되실까요? 예. 끝에 선 라르곤은 분명, 행복했습니다. 누구도 그의 희생을 바라지 않았지만 이 착한 괴물은 그들을 위해 희생하길 간절히 바랐거든요.
라르곤이 남긴 세상은 쉼 없이 흘러갑니다. 역사를 살펴본 이라면 모두가 알 듯이, 우리가 밟고 선 오늘의 땅에는 그의 온기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가만히 땅을 짚어보세요. 조용히 바람결도 느껴보세요. 그리고 이 더없이 다정했던 봄에게 말해주세요.
우리는 당신 덕분에 오늘을 살고 있다고.
우리는 당신 덕분에 여전히, 행복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