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_프라우

있지. 나는 항상 생각했어.

여기는 내가 살아왔던 세상이 아니잖아? 오히려 게임이랑 비슷하지. 그래서인지 몰라. 나는 항상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NPC, 그러니까 게임 속의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정이 안 갔어. 무슨 말을 하든, 어떤 반응을 보이든... 그냥 상호작용이고 프로그래밍된 내용이라고 생각했지.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거든.

그래서 이 세상에는 어떤 기대도 없었어. 내가 투쟁이니, 쾌락이니 추구했던 것도 그래서였나봐. 그런 거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든. 싸우고 다치면 아프니까. 그리고 치고 박고 하다보면 왠지 후련하기도 하고, 상쾌했거든. 그냥 그러고 살았지.

그런데...
그런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지 알아?

바로 널 만난 거야.
살아 숨쉬는 너를. 이 회색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빛나보이는 사람을.

그때부터였나봐. 이 세상이 진짜로 느껴지기 시작한 게. 주변의 NPC들이 사람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게.

웃기지? 나도 웃겨. 그러니까 앞으로도 더 웃자고.
네가 바라는 세상은 솔직히 감이 잘 안 오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지. 네 옆에 있으면 절대 지루할 일은 없을 거야.
절대 안 놔줄 거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내 소중한 친구.

◆ CV : 김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