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_린

막 아발론에 도착했을 때, 린은 몇 달 동안 누구와도 말을 나누지 않고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상처가 만들어낸 고치 속에서 보는 세상은 지독히도 희미하게 깜빡이는 빛 외에는 모두 새까맣게 탄 회색의 잿더미 뿐이었으니까요.

시간은 그렇게 멈춰버린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시간의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흰색. 금색. 초록색. 파랑색. 검은색. 점점 더 많은 빛이 린의 세상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웃는 방법을 잊어버렸던 소녀의 얼굴에, 찰나의 작은 행복이 만들어낸 파장이 번져갑니다.

빛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천천히, 꾸준히 기다리면서요.

다시 웃게 된 아이는 연금술에서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재능을 피워냈습니다.
물질 세계의 법칙마저 비틀어버리는 천재성과 발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법처럼 보일 정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