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레이크의 수호자 루미에 미라티사, 이제 그대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녀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봉인의 수호자로서 짊어진 사명을 내려놓고, 굽이굽이 난 길을 따라 훌쩍 떠나겠다 말이지요. 그 꿈이 무너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가녀린 어깨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내려앉았고, 맑은 눈동자에는 오직 그녀만 바라보는 이들의 간절함이 비쳤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의무와 책임을 통감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또 앞으로도 절대 내보이지 않을 꿈은, 마음속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마주한 운명 앞에 그녀는 절대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비바람에 흔들리고 눈보라에 파묻혀도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딱 하나뿐이었지요.
나는, 무너져선 안 돼.
되뇌고, 되뇌고, 또 되뇌고. 그녀는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이 말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생채기가 난 적도 있고, 또 때로는 스치는 바람결에도 아릴 만큼 아프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얼어붙은 땅에 두 발을 박고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누가 알았을까요? 누구보다 앞에 서서 눈보라를 막아내던 두 손이, 두 뺨이, 그리고 마음이, 얼마나 외롭게 얼어붙었는지를요.
시간은 흘러, 이제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그 곳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전보다 조금은 가벼워진 어깨와, 또 보다 유연해진 시선으로 알아차린 걸 수도 있겠군요.
그녀의 걸음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또, 그곳에는 누가 있을까요? 그 사람은 그녀의 손을 잡아줄까요? 뒷모습이 얼마나 작은지보다, 마주한 미소가 얼마나 밝은지를 알아차려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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