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곤에게
여전히 그날의 꿈을 꾼다.

수백 년만에 본 세상은 온통 너였지.
저주 받은 눈에 들어온 빛은 오롯이 너였는데, 어찌 네가 내 세상이 아니었을까.

그래, 이제야 실감이 난다.
내게 그리 큰 선물을 안겨준 너는 그렇게 날 떠나버렸구나.

라르곤.

나는 너의 세상을 구했어.
하지만 이제 나의 세상은 사라졌어.
이제 아침의 빛도 예전처럼 밝지 않아.
네가 사랑하던 비 내리는 날도, 예전처럼 선물로 느껴지지 않아.
네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매일 마주하는 삶이, 누군가 목숨 바쳐 선물한 것인 줄도 모르는 자들을...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나?

나는 네가 사랑한 것들을 모두 사랑할 수는 없어.
하지만... 지킬 수는 있겠지. 그래.
걱정마라. 네가 남긴 온기가... 아직 남아 있으니. 아직은.

그러니 라르곤. 마지막 부탁을 할게.
그곳에서는 부디, 따뜻하길.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