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한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가 되기까지 수많은 과정들이 있었습니다. 정당한 승계는 아니었죠. 하고 싶은 일과 해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의무는 점차 무거워지기 시작했거든요.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자신을 몰아세우고, 곪아가는 속내를 외면하고. 이제는 원망이었는지 미련이었는지도 희미해진 감정을 품고서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뛰어나던 판단력도, 냉철했던 사고도 어느새 무뎌져버린 건 당연한 수순이었지요.
다만 계기란 늘 갑작스레 찾아오는 법입니다. 원망으로 얼룩진 기억에 한 방울의 이해가 싹트게 된다면, 그로부터 퍼져 나간 감정들이 빛을 발하는 날이 찾아온다면.
어쩌면 그날에는, 그 시원스런 미소를 다시금 만나볼 수 있을까요?
◆ CV.민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