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힘이 모자라 누군가를 잃지 않겠노라 맹세한 그날로부터 지금까지, 미하일이 겪은 고난을 이야기하자면 몇 날 밤을 꼬박 새워도 모자랄 겁니다. 허울뿐인 모험가 길드에 입단해 뿌리부터 까맣게 썩어 있던 부분을 도려내고, 그 과정에서 힘을 합친 동료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했죠. 이제는 제 한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동생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지금은 가끔 주고받는 편지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미하일의 성질은 힘을 사용하는 방법에 있을 겁니다. 사실 길드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그다지 좋지 못한 편에 속했거든요. 자유라는 이름을 오용하는 시정잡배 무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채 오랜 세월을 정체해 있었지만, 한 길드가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부터 멈추어 있던 수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철저한 규칙과 시민 의식으로 무장한 이들은 어느새 대삼림의 자부심이 되었죠. 가끔 숨이 막히겠다는 비아냥이 들려오고는 하지만, 실상 단원 중 불만을 가진 이는 없습니다. 그들은 이 철칙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이해하고 있거든요. 숲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이이자 남몰래 동생을 걱정하기도 하고, 또 은근히 식탐이 많은 붉은 머리의 모험가로부터 말입니다. 정확히는 그의 신념, 경험, 그리고 이제는 극복해낸 고통으로부터요.
◆ CV.박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