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호토르 숲의 노련한 용병들은 모두 아는 이름이 있습니다. 벽록의 소용돌이, 프람 베르그가 바로 그 주인이지요. 거대한 듀랜달을 쥐고서 바람처럼 질주하는 전장의 화신, 프람의 셀 수 없는 공적이야말로 소국이었던 아발론의 위상을 드높인 장본인일 겁니다. 한 개인이 곧 상징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저 말뿐으로는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늘상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하는 병사들에게 있어선 길 잃은 항해자들의 북극성만큼이나 커다란 지표였죠. 팔다리가 저려도, 몸뚱이가 천근같이 무거워도, 추신을 남기지 못한 유서가 떠오르는 순간에도 프람 베르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전황이 바뀌는 겁니다. 검을 쥔 손에는 힘이 들어가고, 어깻죽지는 날개가 돋아난 것처럼 가벼워지죠. 공명하는 함성 소리에는 전율이 찾아옵니다. 단 한 번뿐인 사람의 일생에서, 그런 기억을 어떻게 쉽사리 잊을 수 있을까요?
다만 상징이 된 개인, 그 본인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요. 매해 새로이 서임 받는 기사들과 신나게 악수를 하고, 훈련을 조금 도와주고, 식사를 한 끼 나누며 어떤 공방이 날을 잘 갈아주는지 따위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건만. 왜 세상에서 가장 깍듯한 배꼽 인사를 받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실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 베테랑 기사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시간은 정말 많은 것들을 해결해 주거든요. 이건 비밀이지만... 사실 지금도 어딘가에선 제 감자조림 좀 그만 뺏어 먹으라고 타박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