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디나의 백사장을 뛰노는 아이라면 모두 아는 이야기가 있지요. 그 주인공의 첫걸음이 어떠하였는지 알려면, 우선 그 유명한 '메디치' 저택으로 가야 합니다.

약 200여 년 전 어느 날의 새벽, 메디치 저택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로잔나 데 메디치. 한동안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던 가문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사는 아이의 수명을 길게 보지 않았습니다. 바다의 기운을 타고난 아이에게는 너무도 짧은 시간만 남아있었지요.

바다 역시 이를 안타까워했던 걸까요? 아이는 바다의 숨을 나눠준 인어 덕분에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 시간을 오롯이 간직한 탓에 성장은 멈추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전과 달리 자유롭게 뛸 수 있었지요.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던 사르디나는 이제 너무도 좁고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마다 백사장에 앉아 푸른 바다를 쓸쓸히 바라보았지요.

그리 하여 젊음은 곧 바다로 향했고, 드넓은 대양은 기꺼이 로잔나를 맞이했습니다. 해협을 누비는 로잔나의 항해는 거침없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일도 있었죠. 우연히 들어간 섬에서 부족장의 아들과 결혼할 뻔했던 일이라든지, 해저 감옥에 끌려갔다 인어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했다든지. 로잔나의 모험담은 책 한 권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토록 많은 항해를 했지만 로잔나는 여전히 목이 말랐습니다. 아무리 멀리 나아가고 깊이 내려가도, 그 어디도 로잔나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었거든요.

그제야 로잔나는 깨달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래서 로잔나는 다시 나아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녀를 이끄는 바다의 모험에 답하기로 한 것이지요. 로잔나의 배가 닿을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어떤 것이든 책에 적히기에는 손색없을 모험이 되겠지요.

아, 깜빡할 뻔했군요. 이 모든 이야기는 책으로도 출간되었습니다. 항간에는 로잔나가 집필에 참여했다는 설도 있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목만 보아도 자전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은 확실하죠.

올해로 23쇄를 발행한 <아홉 번째 파도>에는 로잔나의 자작곡인 '모험가의 노래'도 실려 있으니 꼭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