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타로니아 청년들에게 '청운의 수호자'란 곧 국가 정신이었습니다. 그 명성은 갈루스 전체에 널리 퍼질 정도였지요.
하지만 이 강인한 수호자의 인생에도 좌절의 순간은 많았습니다. 태어나자마자 거리에 버려진 아이는 다행스럽게도 한 공작 가문의 하녀에게 거두어졌습니다. 거기에 또 한 번의 행운이 찾아들었지요. 바로, 공작부인에게는 오래도록 아이가 없었다는 겁니다.
아이는 공작부인의 애정 아래, 기품 있는 아가씨로 자라났습니다. 물론 깃털 달린 부채보다는 날이 잘 선 도끼를 더 좋아했고,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차를 마시기보다는 땀을 흘리며 달리는 것을 훨씬 좋아했습니다. 이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지요. 운이 좋게도, 공작과 그 부인은 자이라의 바람을 전적으로 지원하였습니다. 자이라는 신부 수업 대신 기사 훈련을 받았고, 최연소 나이에 엔타로니아 기사단장이 되었습니다.
너무 운이 좋기만 한 것 아니냐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요?
자이라는 언제나 뿌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근원'에 대한 고민은 아무리 강인한 정신을 가진 기사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거든요.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홀로 부유하는 느낌. 비슷한 외형 사이 너무나도 다른 얼굴. 모두가 자이라를 사랑했지만, 그 내면에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자리했습니다.
텅빈 마음은 속절없이 전장으로 향했습니다. 푸른 빛이 형형한 눈동자는 한겨울 바람처럼 매서웠고, 물러서지 않는 기개는 전장을 뒤덮었습니다. 팔도 제대로 쓰지 못할 만큼 다쳤음에도 선봉에서 흔들림 없이 지휘하는 위용은, 그야말로 엔타로니아 역사에 기릴만한 업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자이라의 마음을 오롯이 채울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었거든요. 이것을 깨닫자마자 자이라의 일생을 괴롭힌 원인 모를 갈급함이 한 번에 해소되었습니다.
이제, 자이라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합니다. 무예 실력은 매우 훌륭하지만, 잠꼬대가 심한 건 약간의 흠이 될 수도 있겠군요. 모두에게 다정하고 예의 바른 성정 역시 높이 살 만하지만, 이따금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성격은 조금 주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뭐, 상관없습니다. 그 모든 것 역시 자이라거든요. 메마른 황무지를 걷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든, 이 올곧은 성정의 수호자는 그저 묵묵히 바른길을 걸어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