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나스의 삶은 언제나 그림자에 스며 들었습니다. 부모에게 배운 은둔 기술로 용병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말이죠.

그곳에는 참 많은 면면들이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 속에 섞여 살면서도 알카나스는 누구도 자신의 그림자를 밟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선을 넘는다면 목숨 정도는 내놓아야 했죠.

하지만 유일하게 그 선을 넘은 이가 있었습니다. 시작은 그리 좋지 않았으나 알카나스는 이내 그에게 마음을 열었죠. 사실 그러지 않기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모두에게 다정했지만, 동시에 오직 알카나스에게만 영원한 사랑을 주었거든요. 그렇게 다르텔은 알카나스가 그은 선을 넘었고, 알카나스는 기꺼이 그의 빛을 받아들였습니다.

전장에서 올린 결혼식의 하객은 많지도, 또 그리 깔끔한 이들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축복하는 함성만큼은 온 세상을 울리는 듯했죠.

대부분의 사랑 이야기가 그러하듯 당신도 이 여행의 결말이 궁금할 겁니다. 예. 별은 빛나고 강은 흐르듯이, 안타깝게도 차는 달은 곧 기울기 마련이지요. 어김없이 평범하게 뛰어든 전투에서 알카나스는 다르텔을 잃고 맙니다. 그의 마지막 숨을 붙잡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죠. 그 후 알카나스의 삶은 모든 빛을 잃었습니다.

사무치는 회한으로 마지못해 살아가던 어느 날, 알카나스는 그토록 바라던 죽음을 마주합니다. 하지만 지나가던 고룡의 후예 덕분에 삶을 잇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이어진 시간이 밝았을지 혹은 어두웠을지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

기나긴 어둠을 걸은 끝에 알카나스는 마침내 새로운 빛을 마주합니다. 그 곁에는 여전히 시끄럽지만, 그만큼 밝은 동료들이 함께합니다. 물론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겠지요. 발아래 그림자에는 다르텔의 걸음이 따라오지 않고, 머리 위 빛에는 그의 온기가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걸음은 계속될 겁니다. 언젠가 이 길의 끝에서 다시 만날 빛을 고대하며 묵묵히, 그리고 더는 외롭지 않을 마음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