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링은 호수에서 헤엄치기를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맑은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다 보면 여러 풍경을 볼 수 있었죠. 한낮의 윤슬과 한밤의 뭇별 모두 메이링의 친구였으니까요. 아이는 그 추억을 붓에 담아 시간을 그려나갔습니다.
시간은 흘러 물결 너머의 세상을 보아야 할 때가 왔습니다. 세상을 그려낼 화가의 붓과, 세상을 주시할 무녀의 눈에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겠지요.
메이링은 치열한 고민 끝에 자신의 길을 정했습니다. 누군가는 이게 무슨 별일이냐 치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친이 모두 수행자인데 그 결실이 어찌 수행의 길을 걷지 않겠냐 말이지요.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은가요? 풍랑이 몰아치는 나의 걱정스러운 바다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잔잔해 보이기만 하는 물결일 테니까요.
침잠하지 않은 의지는 묵묵히 스스로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 발자국에는 무엇이 묻어날까요? 메이링이 그림 그리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는 이라면 '아쉬움'이라 대답할 겁니다. 동시에 메이링이 얼마나 신실한 순례자인지 안다면 '만족감'이라 답할지도 모르겠군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습니다. 메이링은 신령의 뜻에 따라 무녀의 길을 걸으면서도 그 손에는 붓을 놓지 않았거든요. 신령의 의지를 종이 위에 그려내고, 그림에서 받은 영감은 다시 참된 수행길이 될 테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이겠습니까?
그러니 우연히 이 무녀의 그림을 보게 된다면 뒷면을 확인해보십시오. 그곳에는 언제나 메이링의 마음가짐이 담겨 있거든요. 신실한 수행자의 마음을 담은 그림을 볼까요? 그곳에는... 아, 이런 말이 적혀 있군요.
당신의 물감으로 나의 바다는 오늘도 흘러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