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피는 꿈을 꾸었습니다. 언젠가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면 어디로 갈 지를요. 물놀이를 좋아하는 나인을 위해 바닷가의 작은 집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꽃밭을 가꿀 수 있는 숲 속의 오두막도 괜찮을 듯했지요. 연구소의 차가운 벽에 기대 오지 않을 미래를 그려보는 것으로, 솔피는 매일 꿈을 꾸었습니다.
매일 밤 두 손 모아 빌던 소원을 누군가 들었던 걸까요? 예상치 못한 연구소의 파괴로 솔피는 철창 밖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무너진 잔해에서 간신히 동생의 손을 잡고 도망쳤지만 어디로 가야 할 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솔피는 그저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맨발의 아이들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눈보라 치는 엘펜하임에 닿았습니다. 제국의 자산이었던 아이들이 어쩌다 그곳까지 가게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솔피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으니까요. 그 지옥에서 멀리, 최대한 멀리 도망치는 것. 마침내 남매는 멀디먼 설원에서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 이후의 일은 당신의 바람대로입니다. 오갈 데 없는 남매에게 무수히 많은 손길이 내밀어 졌습니다. 누군가는 아이들에게 집을, 누군가는 따뜻한 음식을, 또 누군가는 배울 기회를 주었죠. 흙투성이의 맨발로 살려달라 빌던 아이들은 이제 모두와 함께 웃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솔피는 여전히 그날의 꿈을 꿉니다.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없을 것 같은 날. 누구에게도 구원받을 수 없는 절망스러운 날들. 그 모든 날의 솔피는 언제나 뛰어내릴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곳이 낭떠러지든, 불구덩이든, 솔피에게는 연구소보다 못할 곳이 아니었거든요.
끝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은 악몽을 벗어나 희망을 그립니다.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면서, 마찬가지로 호기심 가득한 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도 전수하며 말이죠. 희망의 불씨는 솔피가 가장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피어납니다. 그게 누구냐고요? 당연히 솔피의 전부인, 가족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