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당찬 이 사령관을 마주한다면 누구든 선망의 눈길을 거두지 못할 겁니다. 타고난 카리스마, 분명한 판단력 그리고 행동하는 용기까지. 리더라면 갖춰야 할 모든 조건을 갖춘 이가 바로 루실리카였으니까요.

그런 루실리카에게는 또 다른 이름이 많았습니다. 꼬꼬마 시절, 함께 설산을 누볐던 친구들에게는 언제나 '대장'이었죠. 나뭇가지 하나를 성검처럼 들고 선봉에 설 때면 그 어떤 개구쟁이도 루실리카를 따랐으니까요. 그러니 아카데미 재학 시절에는 얼마나 멋진 이름이 있었을지 예상이 가시겠지요? 교우들의 이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발 벗고 나서는 '학생회장', 교사들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달변가', 설렁설렁 하는 것 같아도 언제나 최고의 성적만을 받았던 '우등생'. 루실리카는 그 어느 때든 최고의 타이틀만을 거머쥐었습니다.

언제나 앞서나가는 이 자신만만한 엘프를 가장 눈여겨본 이는 바로 라플라스였습니다. 훌륭한 엘더엘프의 눈에 든 이상 루실리카가 정도를 벗어날 일은 없어 보였지요. 물론 그렇다 해서 언제나 라플라스의 말을 고분고분 따랐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언제든 라플라스의 말에 반기를 들 준비가 되어 있었죠. 루실리카는 언제나 믿고 있었거든요. 충돌하는 의견이 건강한 토론을 만들고, 건강한 토론이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요.

누군가는 루실리카의 인생에 별다른 절망의 지점이 없었다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글쎄요. 그건 아마 루실리카를 제대로 몰라서 하는 소리일 겁니다. 이 엘프들의 사령관, 아카데미의 학생회장, 그리고 꼬꼬마들의 대장은 매 순간 사투를 벌이고 있었으니까요.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현재와 투쟁하는 루실리카에게, 넘어온 위기의 개수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겁니다.

루실리카는 오늘도 씩씩하게 달려갑니다. 앞장선 길에서 누구도 넘어지지 않게 돌도 좀 치우고, 목마를 이를 위해 미리 호수의 위치를 알아두기도 하겠지요. 우리는 그저 마찬가지의 씩씩한 마음으로 루실리카를 믿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지요, 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