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키스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죠. 그들의 인생에서 노래나 춤을 빼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요? 세상 모든 기쁨도 몇 발짝의 스텝으로 그려내고, 말로는 표현 못 할 슬픔도 애달픈 곡조에 흘려보낼 수 있을 텐데요.

여기, 그 리듬을 타고 이 세계에 발을 들인 여행자가 있습니다. 비르야라는 가문의 성은 생소해도 라우젤릭이라는 이름은 아마 대부분 알고 있을 겁니다. 예. 약 50여 년 전, 인류를 구해낸 열두 영웅 중 한 명이니까요. 하지만 고작 '열두 영웅 중 한 명'이라는 말로 이 자유로운 모험가를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인류의 종말을 앞두고 전 세계에 혼란만이 팽배하던 때, 자유와 열정의 나라 갈리키스타 역시 이 위기를 벗어날 순 없었습니다. 어지러운 정세는 작은 동네의 말괄량이마저도 철들게 만들었지요. 전란으로 일가족 전부를 잃고 간신히 도망쳤지만, 다시 눈을 뜬 곳은 미지의 숲이었습니다. 어떤 뜻이 라우젤릭을 그 버드나무에 닿게 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죠. 그 만남이 라우젤릭을 일으켰고, 마침내 세상의 끝을 막아낼 첫걸음이 되었다는 걸요.

누군가는 남겨지고, 또 누군가는 떠나게 된 지도 수십 년이 흘렀습니다. 라우젤릭이 생각하는 '자유'의 의미도 조금 달라졌지요. 그저 살아남기 위해 좇았던 자유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자유 역시 못지않게 소중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니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을 겁니다. 어디로 튈진 모르겠지만 분명 올바른 곳으로 타오르겠지요. 당신은 그저 이 멈추지 않는 자유를 따라 마음껏 스텝을 밟아 보시면 됩니다. 걱정 마세요. 어렵진 않을 겁니다. 갈리키스타에는 이런 말도 있거든요.

"춤추자. 우리가 바라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