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흐티넨 가문은 단 수십 년 만에 비약적인 성장을 맞이했습니다. 가도 가도 얼어붙은 땅이 전부인 북방 대륙에까지 사절단을 보내 교육을 받을 만큼이니 그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괄목할 성장의 비결을 묻는다면 모두 입을 모아 한 사람을 가리키겠지만, 정작 그는 정식으로 아카데미가 출범한 이후 미련도 없이 가주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미리안드 레흐티넨. 북방 대륙에서 가장 이름 높은 마법사는 본래 그런 사람이었으며, 그에게 마법의 전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으니까요.
단 하나의 목표를 길잡이별 삼아 유랑을 떠난 뒤 미리안드는 어떤 단체나 국가의 제안에도 응하지 않고 그저 떠돌며 마법을 연구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 헬베티아에 머물렀던 이유 역시 방해 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덕이었죠. 그렇다고 배우러 찾아오는 이들을 내치지는 않았고요. 다소 괴팍하다는 평은 오갔을지라도 성장이 보장된 고역이라면 감내해 마땅한 것이었으니, 그의 수업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 스승이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일도 드물지 않았죠. 하지만 다시 돌아온 스승이 들려준 이야기는 자라나는 유망주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를테면 '문레이크의 수호자'나 '설원의 대미로' 같은 이야기들 말이에요. 초창기 건설의 목적과는 다르게 오해가 겹겹이 쌓인 지금의 문레이크를 소재 삼아 열띤 토론을 마치고 나면 새벽을 훌쩍 넘기는 일은 다반사였죠. 신비에 싸인 얼음 나라와 그 수호자의 이야기는 언제든 새로웠으니까요. 다만 토론의 끝이 언제나 '마법의 전파'라는, 제법 간단하지만 꽤나 심오한 결말이 되는 걸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허나 이쯤 되면 처음부터 단 한순간도 변한 적 없는 스승의 사명을 모두가 알 테니, 그런 결말의 반복은 아무래도 상관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그의 기나길 생의 네 번째 정착지가 정해지려 합니다. 용의 정신이 깃든 이 작은 나라에서 그는 또 어떤 새로운 지식을 가르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