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삶의 풍파를 만난 적 있죠. 어떤 날은 힘을 쥐어짜 간신히 넘을 수 있을 만큼 아슬아슬하고, 또 어떤 날은 도저히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높고 거센 파도를요. 하지만 미하일에게 있어서는 지금까지의 매 순간이 그러했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날, 딛고 설 마지막 발판마저 무너진 그날부터 쭉 말이에요.

미하일은 혼란한 시기를 살았습니다. 어느 땅을 기준으로 두어도 크고 작은 전란이 빈번하던 세대에서 블레이크 일가는 깊은 숲속에 터전을 잡았고, 그건 은폐에 있어 꽤 효과를 발휘했죠. 하지만 완전무결한 해결이란 없는 법입니다. 결국에는 쌓아둔 둑이 터지는 날이 찾아왔고, 검은 연기와 빗발치는 소음 속에서 빗길을 달리던 미하일은 제시간에 도착하는 데 실패하고 맙니다. 그리고 부서진 잔해 속, 유일하게 살아 있던 가족을 찾아냈다고 생각한 순간 빛이 폭발했죠.

그 여파였을까요? 미하일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전이되었고, 영영 시공간의 미아가 되었습니다. 같은 현상을 재현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수도 없이 노력했지만 모조리 실패하고 말았죠. 그래도 버텼습니다. 어떻게든 실마리를 찾아내기 위해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죠. 자신이 살아있다면, 그 찰나의 빛 속에서 놓치고 만 동생도 반드시 살아있으리라는 믿음 하나만으로요. 막막할 때도, 좌절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수색하고 찾아내는 특기는 언제나 미하일의 편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수수께끼의 레인저에 대한 소문이 서부 대륙 전반을 뒤덮을 무렵, 막 유니온 프로토콜을 실행한 어느 아발론의 군주에게도 그 이름이 가닿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