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용병이라 한들, 사실 이 바닥에 뛰어드는 이들에게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목표가 있습니다. 전장을 돌아다니며 이름을 날리고, 유명한 용병단에 가입하고, 한층 더 큰 명성을 얻은 다음에는 자기만의 용병단을 꾸린다는 포부 말이에요. 솔직하게 말해서, 등록 서류에 서명하며 '나만의 용병단' 이름을 상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 리카르도의 행보는 뭇 용병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한 이름을 가진 용병이 수하라고는 한 명 없이, 단체에도 속하지 않은 채 홀로 활동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거든요. 어디 그뿐이던가요? 몇 년 용병 생활을 하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떠돌이 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지난한 전투 뒤에는 얼른 따뜻한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뿐이죠. 하지만 리카르도는 유독 고향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듯 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머무를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며 귀찮은 뒤처리까지 도맡고는 했죠. 들르는 곳곳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것도 잊지 않고서요.

출항 전 빈 시간, 부둣가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볼 때면 책임과 자유 사이에서 수많은 감정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고는 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영입 제의를 거절할 때마다 알고 지내는 용병들은 아직 철이 덜 들었다며 옆구리를 툭툭 쳐댔지만, 리카르도는 늘 웃어넘겼죠. 이 고민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거니와 금방 끝날 것 같지도 않았거든요. 익숙한 해역과 뱃일, 소중한 친구들과 고향을 두고 매번 먼 길을 돌고 돌아올 만큼은 말이에요. 그래도 생각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겁니다. 이 용병은 조금 부산스럽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