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에 터전을 마련한 엘프들에게 배움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습니다. 덕분에 엘펜하임의 아카데미는 전세계 인재가 모이는 학술의 장이 되었죠.
여기, 그 위대한 아카데미의 최연소 교장이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습니다. 대부분은 샬롯이 고생 하나 하지 않고 거저 자리를 얹는다며 비난했죠. 샬롯이 오를 수 있는 계단의 끝은 '아카데미 최우수 졸업생'과 '조교수' 정도까지일 뿐이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샬롯에게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버팀목이었던 어머니와 전란 당시 그들을 잿더미에서 구해준 라플라스, 그리고 샬롯의 하나뿐인 고모 루실리카죠. 엘펜하임의 기반이나 다름없는 두 마탑주의 지원으로, 샬롯은 보수적인 원로원 및 아카데미 중역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만이 도움된 것은 아니죠.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샬롯의 삶은 전혀 쉽지 않았거든요. 전란 당시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고, 아카데미의 장학 제도가 없었다면 학교를 다니는 건 꿈도 꾸지 못 할 만큼 가난했으니까요. 혼혈이라 손가락질 받고, 아버지가 없다며 놀림 받고. 고모의 존재조차 몰랐던 어린 샬롯은 그럼에도 꿋꿋이 살아냈습니다. 그러니 이 정령사를 어느 누가 응원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라플라스가 제1 마탑주 자리에서 쫓겨나고, 루실리카가 홀연히 엘펜하임을 떠났을 때. 샬롯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어느 누구도 가늠하지 못할 겁니다. 가장 믿고 따른 스승과, 가장 의지하는 가족과의 이별. 언제나 반짝이던 샬롯의 삶에 다시 한번 날카로운 빛살이 그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샬롯은 다시 나아갑니다. 언제나 그렇듯 샬롯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이거든요.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얄궂은 운명도 분명 다시 웃어줄 거라 믿으며 말이죠. 자신을 믿어준 소중한 이들을 위해, 여전히 샬롯의 도움을 기다리는 많은 이들을 위해. 샬롯이 밝히는 빛은 이제 그 어떤 순간에도 꺼지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