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은 언제나 꿈을 꿉니다. 연구소에 있을 때 꾸었던 꿈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지요. 무엇이 기쁨이고 무엇이 슬픔인지도 알지 못할 만큼 충분한 생각의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거든요.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나인이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세상이 얼마나 넓어졌을지는 굳이 다시 짚을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때때로 생각의 방향이 옳지 않은 곳으로 갈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악의가 없었다 한들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으니까요. 과오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 나인 역시 그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나인이 제일 잘 알고 있죠. 본인 때문에 쉽게 잠이 들지 못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는 걸요.
다케온에서의 어느 날 밤, 나인은 제작된 이래 처음으로 '반딧불'을 보았습니다. 홀로 빛을 내지만 무엇보다 함께 빛을 만들어내는 친구들이 있었지요. 나인은 반딧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어떤 생각의 변화가 그를 '반성할 줄 아는 사람',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사람' 그리고 나아가 '모두의 친구'로 만들었을까요?
누군가는 나인을 두고 아무것도 모르는 호문클루스라 치부할지도 모릅니다. 또 누군가는 어린 외형과 나이를 방패 삼아 과거를 외면한다 비난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 평가는 틀렸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나인은 스스로 걸을 줄 아는 '사람'이고, 동시에 모두와 함께 걷고 싶어 하는 우리의 '친구'니까요.
그러니 나인은 오늘도 꿈을 꿉니다. 내일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누구와 함께 재미있게 놀까. 또 어떤 것을 배우고 무엇을 실천할까. 어두운 밤에도 나인의 생각은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혼자 품고 있던 한밤의 빛은 그 다음 날 모두를 기쁘게 해줄 행복이 되겠지요. 아무리 희미한 빛도, 함께라면 온 세상을 밝힐 수 있는 것처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