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네사에게 있어 알드 룬 왕가는 조국 그 자체이자, 자긍심이었습니다.
왕녀는 자신의 가문, 자신의 조국과 국민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지요.

네, 여러분은 알 것입니다.

실제로 위기가 닥쳐왔을 때 평화로운 겉면은 지극히 부서지기 쉽고, 누구도 알고 싶지 않았던 추악한 모습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는 점을요. 그렇다면 바네사는 과연 어땠을까요?

제국의 야욕이 알드 룬을 덮쳐왔을 때, 자신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그 모든 행복이 얇은 액자에 담겨 그려진, 무의미한 정물화라는 것을 깨달은 바네사는 어땠을까요?

그녀의 반응은... 예.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바네사는 그 모두를 받아들이고 이해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고, 슬퍼했지만 그 모두를 받아들였습니다. 무색무취의 아름다운 꽃송이 대신, 이름없는 들꽃과 더불어 살아가는 잡초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더는 국민들의 괴로움을 모른척하지 않으리라. 몰랐다 변명하지 않으리라. 그들과 함께 살아가리라. 무지한 채로,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한 채로 이 삶을 다하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기에 바네사는 무자비한 외압에 맞서 분연히 일어섰습니다. 알드 룬이 역사에 이름을 새긴 이후로, 이처럼 민중과 함께 호흡하며 민중과 가까이 있었던 왕족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누군가의 앞에서 걷기보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 삶을 택하려 합니다.

당신이 그 손을 잡아준다면, 바네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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