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펜하임의 마탑주를 목표로 노력하는 이들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습니다. 가령 아카데미 입학생들에게 꿈에 대해 물어본다면, 백이면 백 마탑주라는 대답을 내놓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죠.

그러나 나이가 차고 머리가 자라면서 점차 현실을 자각하게 되듯, 대부분의 이들은 자신의 노력이 최저한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하고 맙니다. 혹은 제멋대로 판단한 직함의 상하 여부에 따라 한 칸, 한 칸 거슬러 내려오며 노력의 한도를 낮춰만 가지요. 아시다시피, 직함의 무게를 성공의 척도로 판단하는 이들의 말로는 그리 좋지 못하더군요.

그런 와중에도 엘펜하임의 한구석, 어딘가에서는 매일 열심히, 그저 자신이 해나갈 수 있는 일을 실천해왔던 맹랑한 어린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진행했던 제 1마탑주의 특별 강연, 그 하루를 잊지 못한 채 커다란 꿈을 품고 말이죠.

이 아이의 어떤 점이 다른 이들과의 차이를 만들어낸 걸까요? 그 자세한 비결을 알아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만은 명확합니다. 루실리카는 포기하지 않았으니까요.

두 번째 마탑의 주인, 이상을 추구하는 의지.
그녀를 수식하는 문장은 많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어느날 스승이 통제력을 잃고, 국민들이 과격해지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앙마저 닥쳐온다 해도, 루실리카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죠.

CV : 박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