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든이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혼돈의 부름에 따라 불멸의 요정을 삼킨 후, 그가 다스리던 왕국은 멸망했고 육체 또한 시간을 역행한 상태로 고정되었죠. 대지에게도 거부당한 채, 영겁의 시간을 어둠 속에서 지새울 운명이었으나 어느새 나타난 정령사 한 명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놓았습니다.
아침을 맞아 반짝이는 햇살도, 풀벌레 소리로 가득한 저녁놀과 따뜻한 식사도. 분명 오랜 세월 겪어보았다 생각했던 일들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고, 실없이 웃고 떠드는 시간이 그토록 감사할 수 없었죠. 비록 시간의 흐름이 균등하지 않다고 해도, 언젠가는 찾아올 이별이라 해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브랜든이지만, 세상은 다시 한번 그를 배신했습니다.
두 번의 재난과 두 번의 상실. 세상의 어떤 인간이 이러한 좌절을 겪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종종 그를 초월적인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글쎄요. 정작 브랜든의 손에 선택권이 쥐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불멸의 삶에도, 잃어버린 추억들에도요.
◆ CV.이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