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은 어느 순간 무너져 내렸습니다. 영원할 줄 알았던 고통의 굴레였는데, 이토록 간단히 벗겨지는 것이었다니. 실험체였던 소년은 모두가 도망친 연구동 옥상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죠. 사실 기쁨보다는 허무함이 더 컸거든요. 다만,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았습니다. 폐허가 된 실험실 안에서 울다 지쳐 잠든 동생들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남은 재료를 그러모아 식사 준비를 하고, 금방 어질러지는 작은 공간을 정돈하는 데만 해도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었으니까요.
연구동 폐허 위에 알게 모르게 생겨난 공간이 어엿한 보육원으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조슈아는 많은 일들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요리 도구와 수술 도구의 구분조차 어려워했던 소년은 자선 행사에 참석해 운영 예산을 따올 수 있는 청년으로 자라났죠. 퉁명스럽고, 낯을 많이 가리고, 귀찮은 일은 최대한 미루어두려는 성질에는 변함이 없습니다만, 이제는 아이들도 그 속내를 꿰뚫다 못해 잔소리를 늘어놓을 지경에 이르렀거든요. 또, 청년은 그런 나날들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었고요.
이러한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온 건, 아주 먼 곳으로부터 날아온 한 장의 편지였습니다.
◆ CV : 김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