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사냥꾼 길드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첫째, 가능하면 목표물을 생포할 것. 현상금 사냥꾼은 범죄자를 잡아들일 뿐이지, 심판자나 처형자가 아니니까요.

두번째, 사냥 과정에서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 아, 이건 뭐 인도적인 측면보다는 효율의 문제지요. 자칫 잘못했다가는 기껏 벌어온 현상금이 고스란히 피해 보상액으로 돌아가는 일도 있거든요. 생각보다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마지막, 목표물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지 말 것.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일 처리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이런 규칙들을 바탕으로, 현상금 사냥꾼 길드는 매달 최고의 성적을 거둔 '에이스 헌터'를 선정합니다. 올가 파블리첸코는 현상금 사냥꾼이 된 이후 이 영광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유능한 인물이지만, 굳이 명예나 명성을 원해서 그렇게 행동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키클롭스라는 아티팩트 하나 달랑 들고 서부 대륙에 나타난 그녀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뭐 그거야 그렇다 치고, 어쨌든 성과가 있으니 수많은 현상금 사냥꾼들이 올가에게 관심을 보였지요. 사격을 가르쳐 달라고 쫓아다니는 코흘리개 신입들은 예사고, 각종 모함과 음해로 그녀의 명예를 깎아내리고자 하는 자들도 많았습니다. 허나, 그 모든 이들에 대해 올가는 지나치게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무시가 바로 그것이죠. 실제로 꽤 효과적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최근에는 뭔가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얼어붙은 대지와도 같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던 그녀의 태도가, 일련의 기사단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은 풀린 것 같다면... 너무 지나친 억측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