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에서부터 추방된 '버려진 용인족'은, 터전을 한번 잃은 후 한동안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페르사의 황야, 헬베티아의 평원, 니벨룽겐의 숲속, 엘펜하임 외곽의 설원 할 것 없이 그 어느 한 곳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던 그들은, 유랑민처럼 삶을 이어 나갔습니다.
길고 긴 시간이 지나 현재까지 이르러서, 버려진 용인족은 서부 대륙의 떠오르는 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서방의 자유로운 바람'처럼 유랑하는 민족의 정신을 기리며 각 상단을 총괄하는 '서풍상회'를 세웠고, 그 본부를 헬베티아에 설립하였죠.
체력과 근력이 워낙 뛰어난 용인족들은 뛰어난 전사이기도 했지만,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인부이기도 하였습니다. 오랜 세월 유랑하면서 갈고 닦았던 대륙횡단의 경험을 살려, 험준한 지형이나 계절적인 장애물들을 전부 파훼하고 물건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그렇게 대륙 그 누구보다도 대단한 성과들을 이뤄나가던 용인들의 상회는, 어린 나이의 라이레이가 열풍상단의 상단주로 오르면서 전성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열풍상단은 길고 유구한 전통에 비해 성과가 적고 규모도 작은 상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라이레이가 상단주의 자리를 이어받자마자, 비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상단을 이모저모 개편하고 개선하기 시작했습니다. 적자가 흑자로 전환되고, 상단의 규모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서풍상회의 떠오르는 샛별처럼 날아오르기 시작했죠.
수인과의 갈등으로 거래가 힘들었던 플로렌스와도 본격적인 교역로를 뚫고, 엘펜하임의 마탑주들과 직접 거래를 하며, 페르사의 부족연합과 자원 채굴 동업자 자격까지. 승승장구하는 상단의 모든 행보는 그녀의 세 치 혀가 활약하며 이루어낸 성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