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레이는 산들바람에 편히 기대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공을 차며 뛰놀기보다는, 상상 속 세상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편이었죠. 밤에는 그 날의 흥미진진한 모험을 꿈속에 펼쳤답니다. 숲 속의 요정을 만나 불의 산에 갇힌 친구를 구하러 간다든지, 모래로 만든 배를 타고 저 먼 별로 탐험을 떠난다든지. 아이의 꿈에는 끝없는 가능성이 반짝이고 있었죠.
시간은 흘러 아이의 키는 커졌지만, 모험이 쓰이는 빈도는 줄어들었습니다. 눈을 떠 상상이 아닌 진짜 세상을 바라보니, 생각보다 더 흥미로운 일이 많았거든요. 새로운 모험은 전혀 외롭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라이레이를 믿어주는 든든한 동족들과, 나란히 옆에 앉아 함께 별을 올려다보는 다정한 벗까지. 라이레이의 세상은 더 넓어졌지만 그만큼 더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죠.
황야를 휩쓴 죽음의 기운은 이상하게도 용인족에게만 향했습니다. 원인도 모른 채 속절없이 스러진 이들은 모두 라이레이의 친구이자, 가족이자, 동족이었죠. 홀로 남겨진 라이레이의 밤은 이제 절망과 슬픔의 얼굴로 채워졌습니다. 떠난 이를 만날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었죠. 라이레이를 피해 달아나는 시간보다, 절망으로 얼룩진 눈물의 속도가 훨씬 빨랐습니다. 다정한 벗마저도 안아줄 수 없던 슬픔은 그렇게, 깊은 어둠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럼에도 희망은 다시 빛나기 시작합니다. 잠깐 멈추어서 올려다본 밤하늘에는 여전히 별이 반짝이고 있었거든요. 그 빛은 언제나 다정했던 가족의 온기일 수도, 항상 같은 자리에서 기다린 벗의 우정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겠군요. 아주 작고 소중한 빛만으로도, 라이레이는 다시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거든요.
별이 가득한 밤, 라이레이는 이제 새로운 모험을 적어 내려갑니다. 그 이야기에 함께 발맞출 이가 있다면 좋겠군요. 혼자가 아니라면, 모험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