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일은 그 누구에게도 흔한 경험이 아닐 겁니다. 린 역시 다르지 않았지요. 전란으로 가족을 잃고 무너진 잔해에서 오직 숨이 다하는 순간만 기다리던 때. 처음으로, 린 앞에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누가, 어떻게, 왜. 린에게 이 기회를 주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본인조차 모르니까요. 세상을 누비는 여행자에겐 아무래도 여러 덕목이 필요하겠지만, 이 특별한 소녀에게는 보다 반짝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죠.

린은 상실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삶을 지탱하던 세상을 한번 잃어 보았으니, 가로지르는 차원마다 소중한 삶을 발견하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겁니다. 린은 그 어떤 삶도 외면하지 않습니다. 알아내고 싶은 삶, 연구해보고 싶은 인생, 그리고 함께하고 싶은 친구까지. 시간을 날아 공간을 뚫는 이 자유로운 여행자에게 이 세상은 여전히 궁금하고 소중하거든요.

물론, 이 천재 소녀를 설명할 때 마르지 않는 샘처럼 솟구치는 지식과 창의력을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린이 알고자 하는 건 지식 그 자체가 아닙니다.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언제나 사람을 먼저 보아야 하거든요. 그게 바로 린이 여행을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수백, 수천만의 숨이 린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한 곳에서만 머무를 수 있을까요?

자. 오늘도 이 천재 연금술사는 세상으로 달려갑니다. 차원 여행자의 특성상 어느 시간에든 존재하고 모든 공간에 있을 겁니다. 그러니 잠시 린이 보이지 않아도 걱정 마세요. 세상을 너무 사랑하는 이 천재는 언제나, 당신에게로 돌아올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