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온의 국왕, 전설의 용병왕, 마도대전의 열두 영웅. 그를 수식하는 문장은 차고 넘치게 많지만, 모두 그가 진정으로 원한 이명이었느냐 하면 고개를 내저을 겁니다. 아슬란이 바랐던 건 거창한 이름 따위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믿을 수 있는 한 명의 동료, 그리고 든든한 어른이 되는 일이었으니까요.
얼룩지고 굴곡진 위협 속에서 목숨을 부지한 것도 모자라 세상까지 지켜낸 그는, 지켜낸 삶에 안주하지 않고, 수많은 동포를 위해 쉼터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이름하여 용병 국가 다케온의 탄생이었죠. 결코 평탄한 삶을 살아오지 못했음에도 후대에게만은 같은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그 굳건한 의지가 곧 지금의 다케온을 구성한 겁니다. 큰 전쟁과 국가의 붕괴 이후 혼란스러웠던 땅에는 차츰 질서가 잡히고, 용병들은 어느덧 다케온을 '안식처'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크고 작은 도시들마다 학교가 생기고 도서관이 들어섰으며, 깎아지를 듯한 다케온의 절벽을 구경하러 방문하는 이들도 차츰 늘어났지요. 밤이면 불이 켜지는 용병들의 주점에서는 경쾌한 노래가 들리고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를 겨루는 대회도 개최되었습니다. 설령 마물이 출현한다 해도 대기하는 용병만 수십이니, 관광객들은 위협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겠죠.
물론 그 튼튼한 토대가 흔들리는 날도 있을 겁니다. 물결치는 소망으로부터 비롯된 기둥이니만큼 섣부른 판단에 금방 충격을 받고는 하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아는 아슬란이라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맹세한 용병왕의 곧은 마음가짐이 함께라면, 언제든 다시금 현명한 판단으로 도약할 기회가 따를 겁니다. 이제 다케온에는 믿음직한 후계자와, 누구보다 영민한 마도공학자, 그리고 자라날 새싹까지도 함께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