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디나의 아침을 여는 이가 로잔나라면, 바다의 밤을 닫는 이는 단연코 발터입니다. 그는 언제나 모든 것을 신경 쓰고 있거든요. 무엇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는 발터야말로 사르디나의 진정한 등대라 할 수 있겠지요.
발터가 모두에게 믿음을 주는 비결은 간단합니다. 언제나, 열심히, 그리고 묵묵하게. 남들이 잠시 쉬어가며 땀을 닦을 때도 발터는 더 할 일은 없는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를 확인합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비결이라고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세상살이라는 게 으레 그렇지 않습니까? 가장 쉬운 게, 가장 어려운 법이니까요.
뜨거운 열정과 성실한 태도를 두루 갖춘 기사가 되기까지, 발터에게도 많은 시련이 있었습니다. 전쟁에서 살아남아 돌아갈 때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잃은 후였거든요. 마음이 자라날 뿌리조차 남지 않은 황무지에서 새로운 열정을 틔워내기까지 발터는 수없이 많은 슬픈 밤을 견뎌야 했습니다.
흉터는 남았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어떤 밤은 흉터에서 발한 열감으로 잠을 못 이룰 때도 있고, 또 어떤 밤은 놓아버린 손들의 식은 온기를 붙잡고만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발터는 알게 되었죠. 지워지지 않는 흉터와 흔적만 남은 온기 또한 지금의 자신을 구성하는 일부라고요.
지키지 못한 과거를 뒤로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지켜야 할 오늘을 마주하는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가 비추지 못할 그림자는 없을 것이고, 그가 구하지 못할 숨 또한 없겠지요. 모두의 믿음을 딛고 일어선 수호자는 오늘도, 성실히, 그리고 묵묵하게 나아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