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설의 용기사를 소개하기 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한때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 불렸고, 고향에 돌아와서는 '사르디나의 수호신'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이 멋진 전사 말이지요. 오래도록 전설이 될 영웅의 옛 별명이 사실 '울보 슈미트'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깊은 새벽, 사르디나의 작은 여관에 들린 아기의 울음소리는 매우 작았습니다. 우렁차지 못한 성량에 비례하듯 아이는 그리 건강하지 못했지요. 하지만 모두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금세 굵어진 다리로 해변을 누비고 씩씩하게 물살을 가르며, 진정한 사르디나의 아이로 자라났습니다.
그러니 '울보 슈미트'라는 별명은 아무래도 주변인들의 애정 어린 반어적 표현이 틀림없었습니다. 헬가는 좀처럼 우는 일이 없었거든요. 배를 타고 먼바다까지 나간 아버지가 실종되었을 때도, 홀로 남은 어머니가 몇 날 며칠을 울며 시간을 보낼 때도. 그리고 가족과도 같았던 동반자를 잃었을 때도 말이지요.
어떤 상황에서도 울지 않던 헬가가 눈물을 쏟은 건 다름 아닌 로잔나 앞에서였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헬가에게 로잔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상처투성이인 손을 잡아주고, 마른 등을 안아주고, 힘없는 머리칼을 쓸어주었을 뿐이지요. 함께할 수 없었던 시간마저 기꺼이 안아준 마음에 헬가는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헬가의 눈물은 로잔나의 회한이 되었지만, 이 뜨거운 감정은 향후 수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 사람을 끈끈하게 이어주었습니다.
우리는 아마 헬가가 과거에 두고 온 눈물을 영영 볼 수는 없을 겁니다. 그게 헬가니까요. 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소유자는 그저 언제나 내일로 나아갈 뿐입니다.
그럼에도 뜨겁게 흘렸던 눈물을 잊지는 않을 겁니다. 그 눈물이 지금의 헬가를 만들었고 또 그 눈물이, 앞으로의 헬가를 이끌어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