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니카 가문의 아침은 늘 밝았습니다. 단잠을 깨우는 종소리에 기지개를 켜고 익숙한 거실로 내려가 보면, 이불이 몸에 반쯤 걸린 동생들이 꾸벅꾸벅 앉아 졸고 있죠. 아우레아는 바삐 부모님을 도와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을 정리하고, 어린 두 동생과 식사를 마치면 또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쳐야 했습니다. 거리에 테일러 숍이라곤 아우레아의 가게 하나뿐이었으니, 젊은 점주는 오전에 문을 열어도 언제나 늦은 저녁까지 일해야 했거든요.
쉴 새 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덧 해가 저물었습니다. 마지막 손님을 배웅하고 나면 지친 손을 끌어다 문을 닫았죠. 입간판을 들여놓고, 조명을 끄고. 안쪽의 낡은 연구실로 들어가 재봉 가위 대신 아티팩트를 꺼내들면 그제야 아우레아의 하루가 시작되는 겁니다. 기록도 연구도 계승도 끊겨 남은 것이라곤 아티팩트 하나뿐인, 연원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능력에 대한 연구 말이에요.
아우레아는 어려서부터 옷감 다루는 일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죠. 어른들로부터 가문의 시조에 대해 전해 듣고, 점잖은 가위 모양의 아티팩트까지 물려받았을 때는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설렘은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두 차례의 전쟁을 겪으며 비전이고 구전이고 끊긴 지 오래인데다, 왕실 재단사 일을 마지막으로 역임한 사람은 자그마치 이백 년 단위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청천벽력이 닥쳐왔거든요. 대대로 전승되는 시간 마법 역시 생활고를 신경 쓰던 두 부모님보다도 이제 막 두 자릿수 나이가 된 아우레아가 아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죠. 끊겨버린 길을 다시 잇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당시의 아우레아는 몰랐지만, 막막하다는 감정은 알았으니까요.
얼마나 긴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까요? 차츰 비법과 원리를 깨우쳐 가던 아우레아는 어엿한 마법사이자 재단사가 되었습니다. 날개 돋친 듯 퍼진 소문은 어느덧 성안을 뒤덮었고, 왕실 재단사라는 직위의 복고까지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죠. 하지만, 아우레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앞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등 뒤를 바라보는 게 아닌, 나란히 걷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통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