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유랑하는 이 마도사의 삶을 논하려면 우선 오래전 사라진 카디아라크 왕국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겁니다. 정처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떠돌던 마도사에게 카디아라크라는 성을 준 곳이니까요.

카디아라크 왕국에 원인 모를 열병이 돌았을 무렵, 훗날 브란두흐의 아버지가 될 이도 병마를 피하지 못 했습니다. 의원이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진통제를 처방하는 일밖에 없었죠. 그때 홀연히 나타난 마도사는 차가운 숨으로 그의 열기를 단숨에 잠재웠습니다. 오랜만에 릴리안을 만나러 온 길이었지만, 앓아누운 이를 살짝 도와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으니까요. 간신히 병상에서 일어난 그는 은인에게 소원 한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체자렛이 바란 것은 단 하나, 카디아라크. 체자렛은 왕가의 뜻이 새겨진 성씨 하나를 들고 다시 물결처럼 길을 떠났습니다.

체자렛이 다시 그곳을 찾은 건 재액이 왕국을 뒤덮은 때였습니다. 이미 그 사이에 오랜 친구 릴리안은 왕가의 일원이 되었고, 그뿐만 아니라 백성을 위해 재앙에 맞서 싸우다 스러진 후였죠. 언제나 웃음소리가 흐르던 왕국은 그 아름다운 풍경을 잃었습니다. 몇 번이고 귀를 기울여 본들 그 누구도 체자렛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으니까요. 소용돌이치는 탁기를 먼발치에서만 보던 마도사는, 그렇게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체자렛은 그때와 같은 얼굴로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여느 인간과 같이 유한한 삶이었을 이 마도사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심연의 신과 거래를 했다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고룡의 숨을 빼앗았다고도 했죠. 이 중 한 가지만 진실일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전부 거짓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체자렛은, 이번에도 우리를 도와줄 겁니다. 보답은 간밤을 스쳐 지나간 꿈 하나면 충분하죠. 달콤하고 행복한 길몽이든, 무섭고 끔찍한 흉몽이든. 그 어떤 것도 체자렛에게 지루할 리 없으니까요. 당신의 꿈은 그리 값지지 않을 거라고요?

그럴 리가요.

체자렛은 이제 당신의 꿈을 가질 준비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