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탈리에게는 어리다는 것 말고도 많은 특징이 있었습니다. 부모의 빈자리, 쌍둥이 남매, 병약한 몸, 동물들의 친구, 그리고 소환 능력까지. 마지막 특징이 조금 특이한 것 아닌가 싶으시겠지만, 사실 란슬로트 가문의 후계자라면 그리 놀랄 것도 없는 이능이었죠.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 특별한 남매의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하루 아침에 사고로 부모를 잃은 후 세상에 단둘이 남겨진 남매는 그럼에도 꿋꿋이 삶을 이겨냈습니다. 보통은 뒷일 따위 생각하지 않는 오스왈드의 실수를 현명한 나탈리가 수습하곤 했지만, 때로는 생각이 너무 많은 나탈리의 실수를 오스왈드가 주저 없이 해결하기도 했죠.

시간은 흘러, 어린 시절과 달리 5분 먼저 태어난 것으로는 오빠 대접받기도 어려워진 때. 오스왈드는 란슬로트 가문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사고를 치고 맙니다. 물론 훗날 그가 충성의 맹세를 깨트릴 수밖에 없던 누군가의 간계가 드러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모두에게 충격을 줄 만했죠. 특히 그 누구보다 아발론을 아끼고 가족을 사랑하는 나탈리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그럼에도 나탈리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 일이 짐처럼 남아 있습니다. 오스왈드의 잘못은 곧 본인의 과실이며, 그렇기에 평생을 업보로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 생각은 그 어떤 동물 친구들에게 털어놓아도 쉽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탈리는 더는 좌절감에 주저앉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포기하는 건 이만 끝내고 싶으니까요. 나아가기로 마음먹은 나탈리가 못해낼 건 이제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아발론을 이룬 최초의 요새이자 아발론을 지켜낸 최후의 요새. 란슬로트의 힘을 이어받은 남매의 맹세는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사람을 지키는 방패요, 적을 베는 검이라. 나탈리의 충성은 아발론을 향하고, 그 마음은 하나뿐인 가족, 오스왈드를 향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