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한밤을 널리 비추는 보름달처럼 풍요로운 삶을 기대해봄 직한 이름이지요. 물론 이 이름의 주인 대부분은 그런 인생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궁핍한 가정에서 태어나 오직 자신의 힘으로 일어섰으니까요.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험난한 삶을 살았던 이를 가리키라면 단연코 이 온달을 짚어볼 수 있을 겁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과정에서 많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대장군이 아닌 평범한 백정으로 살 수도 있었고, 왕의 호위무사가 아닌 그저 친한 벗으로만 지낼 수도 있었겠지요. 아, 호위와 벗은 동시에 쥐었으니 이를 다행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그의 최후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불행 중에서도 가장 큰 불행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주군이 하사한 칼. 주군이 쥐여준 칼. 그리고 주군을 베어낸 칼. 이 세 가지가 모두 같은 것이었으니 그가 얼마나 큰 회한을 가졌는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온달에게 주군은 지켜야 할 대상이자, 가장 친한 벗이자, 그 이상의 마음마저 품은 이였으니까요.
주군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 온달은 영원한 방랑자가 되어 시간선을 헤맵니다.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었죠. 그는 잿더미가 된 전장에서도 언제나 잉걸불처럼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니 '또 다른 주군'이 그를 찾아낸 것은 놀랄 일도 아니었지요.
하지만 다를까요? 길 잃은 마음을 이끌어주는 사람. 텅 빈 마음을 채워주는 사람. 온달의 은인은 시대에 따라 여러 명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만큼은 오직 당신을 향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믿어 보십시오. 언제나와 같이 우리의, 당신의, 온달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