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감시자. 무관용의 심판자. 무시무시한 이명을 가진 이 드라이어드는 그 무엇보다 '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분명히 그어둔 선을 넘는 순간, 어떤 이도 죽음의 운명을 피할 수는 없지요.

처음부터 선의 안팎만 가늠하며 세상을 경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신도 잘 아시다시피, 어느 시간선에서는 그 누구보다 세상을 사랑하고 아끼는 수호자였으니까요.

그러나 백색 숲은 순식간에 검게 불타올랐습니다. 어느 누가 예상했을까요? 언제나와 같이 푸른 별 아래 소록소록 하얀 꿈을 꿀 밤이었는걸요. 숲의 수호자가 달려왔을 때는 이미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모든 것을 불태워버린 후였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황금이 한가득 들려 있었고, 그들의 발은 초목을 무자비하게도 짓밟았습니다. 남은 것은 오직 잿더미가 된 터전과, 잔흔으로 남은 나무의 노래뿐.

하지만 모두가 떠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카테스톨이 그은 선을 기꺼이 넘어버린 이가 있었거든요. 혼란과 부정으로부터 도망친 라우젤릭은 또 다른 전장을 마주했습니다. 참담한 마음은 결국 구하지 못한 고향을 떠올리게 했지요. 그러니 이 전란의 도망자가 숲의 구원자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나눈 것을 단순히 눈동자 한 쌍이라고만 말한다면 그것만큼 세상을 작게 보는 일도 없을 겁니다. 그들은 여전히 부딪칩니다. 다른 생각, 다른 신념, 다른 마음. 같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그들의 발걸음이 지금도 함께인 이유는 간단하지요. 세상에는 옳은 질서가 있고, 지켜야 할 선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갈리키스타의 구원과 캄마카트할의 심판은 언제나 같은 곳을 바라볼 겁니다.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대로. 그들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