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하루는 해가 뜨기 전 정원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어떤 아이는 고개를 푹 숙였고, 어떤 아이는 움트기 위해 애쓴 흔적이 남아있지요.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다 보면 고개를 숙였던 아이도 금세 햇살을 찾아 움트곤 하죠.
오전 내내 가지치기와 솎아내기에 열중하다 보면 손님이 찾아옵니다. 제1 마탑과 아카데미를 이끌었던 라플라스에게 자문을 구하러 온 이들입니다. 교수 행세를 하는 어린 엘프에게 깜빡 속아 넘어간 적도 있지만, 그가 존경받는 현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생장 마법에 몰두했던 젊은 날의 라플라스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 시절 그는 무엇이든 빠르고 강하게 키워 세상을 바꾸고자 했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렇게 출범한 아카데미에서 만난 첫 제자는 유별나게 영특했습니다. 라플라스가 약간은 따분한 얼굴로 제자의 임종을 지킬 때, 그는 이러한 유언을 남겼습니다.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그 이름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제자가 지칭한 것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라플라스를 따르는 평범한 이들의 이름이었습니다. 무심한 스승이 덧없는 존재들 사이에서 외롭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지요.
라플라스는 제자의 무덤 위에 꽃을 심고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이후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기렸지요. 그렇게 심기 시작한 묘목들이 모여 울창한 정원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는 엘펜하임을 굽어보던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질 만큼 꽃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저물녘이 되면 오늘 질 꽃과 내일 피어날 꽃을 가만히 응시합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고 시끄럽기에, 라플라스는 정원에서 흐름을 늦추고자 합니다.
그도 언젠가 이곳에 묻힐 날이 오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아주 먼 훗날의 일입니다. 그때까지 라플라스는 애정과 꾸준함으로 당신이라는 꽃이 만개하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