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의 고려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봄처럼 살고 겨울처럼 남아라. 봄이 무척 짧고 겨울이 긴 곳이니, 순간의 삶에 집착하지 말고 후대에 이름을 남길 생을 살라는 뜻이죠. 그러니 푸른 봄을 상징하는 청룡의 전승자가 이곳에서 난 것은 어찌 보면 특이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전승자의 일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가족에게 봄처럼 따스한 정을 받지도 못했고, 푸름조차 없는 고행길을 걸었다는 것을요. 율이 그리는 내일에는 봄이 없었습니다. 그때, 모든 것을 포기한 후에야 비로소 찾아온 청룡의 힘은 율을 다시 미래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그러나 봄이란 어찌나 얄궂은 계절인지. 기쁨은 순간이었고 다시금 고난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 발목을 잡은 것은 슬프게도 청룡의 힘이었죠. 믿었던 삼촌의 명으로 고려에서 쫓겨나면서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숨 가쁘게 내달리는 흑마의 바람도 율의 눈물을 닦아내지는 못했지요. 예견된 나락으로 떨어지며, 율은 맹세했습니다. 두 번 다시는 절대, 절대 울지 않겠다고요.

그런 율에게 찾아온 건 뜨거운 여름과, 외로운 가을, 그리고 조용한 겨울이었습니다. 율이 그들 각자와 만난 처음을 되짚어 보자면 몇 날 며칠을 이야기해도 모자랄 테지요. 하지만 한 단어로 그들의 연을 정의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운명. 네 갈래로 나뉘었던 연이 하나로 합쳐진 순간을 운명이라 칭하지 않는다면, 세상 그 무엇이 운명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세계의 고려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봄처럼 살고 겨울처럼 남아라. 하지만 율에게는, 아니요. 율은 봄으로 태어나 겨울을 이겨낼 겁니다. 틔워낼 봄이 과연 어디에서 만개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겠지요. 그러나 율의 사계절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찰나의 봄, 영원한 여름, 포근한 가을, 그리고 기댈 수 있는 겨울까지. 이 전승자가 걸어갈 길을 믿고 함께해준다면 아마, 새봄은 당신으로부터 시작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