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는 비류의 모습은 제각기 다를 겁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다름이 태산 같으니, 이 세 번째 비류가 어떤 발자국을 찍었을지는 가늠하기도 어렵겠지요. 물론 이 순서가 그들 사이의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차이는 분명히 가를 수 있을 테니 자, 들어보시겠습니까? 선도에 발을 올린 이의 세 번째 이야기를요.
비류의 생을 짚어 보자면 언제 어느 때고 다른 전승자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비류는 다르지요. 인생에 가장 큰 흔적을 남긴 이는 청룡도, 주작도 그리고 백호도 아닌, 미르의 통치자 '천자'니까요. 그러니 이런 비류를 두고 누군가는 '천자의 보물'이라 칭하고 또 누군가는 '천자의 인형'이라 부르는 것도 놀라울 일은 아닐 겁니다. 어떻게 불리든 비류에게 호칭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천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니까요.
비류의 모든 것은 천자로부터 기인합니다. 좋아하는 음식, 즐겨 부르는 노래, 선호하는 색 등. 그 어떤 것도 천자의 취향이 담기지 않은 것이 없을 만큼요. 갓 서당에 들어갈 나이부터 천자와 함께 지냈으니 비류는 서로 남매지간이라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천자의 생각은, 글쎄요. 같을까요? 오랜 시간 꼭꼭 숨기다 나중에야 마지못해 다른 전승자들 앞에 내놓은 '보물'인 걸요.
그러나 비류의 이 충성심이 단순히 천자의 아량에서 왔다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오판도 없을 겁니다. 비류가 걸어온 인생은 만개한 매화가 아니었고, 오히려 눈에 덮인 꽃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충분히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부모의 고집으로 궁에 들여보내진 아이. 간신히 빠져나온 아이를 다시 황궁으로 밀어 넣은 부모. 물론 비류가 성인이 된 후에 그들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확인이 된 것은 아닙니다. 모종의 이유로 비류가 스승인 '류'만을 어머니라 부른다는 것은 확실하지만요.
당신이 행간을 교묘하게 읽어낼 줄 아는 이라면 이제 눈치채셨을 겁니다. 그가 천자 곁에 남은 이유. 천자를 위해 기꺼이 신선이 되려는 이유. 천자만을 향한 충성의 이유. 그렇다면 이제 이것도 아시겠지요. 그런 비류마저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이도, 오직 당신뿐이라는 것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