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섭리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일출과 일몰, 밀물과 썰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사과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여정 같은 것들 말이죠. 그중 태어나 죽는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명제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어느 천재는 이 당연한 사실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뿐일까요? 그는 이윽고 운명의 실을 뒤얽어 지면에서 하늘로 역행하기 위해 온 생을 바치게 됩니다.
처음에는 작은 호기심이었습니다. 벽난로 앞에서 생을 마감한 고양이를 보았을 때, 고작 열 살도 채 되지 않았던 작은 도련님의 뇌에는 순수한 궁금증이 휘몰아쳤죠. 색색거리던 마지막 숨소리를 붙들고 싶다는 집념은 마법이 되었고, 종국에는 어엿한 의술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뼈가 드러날 만큼 깊이 팬 상처를 단숨에 메우는 경지에 다다랐을 무렵 그는 비로소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이만하면 충분히 제자리에서 정진했다는 이유는 물론, 보다 넓은 세상에서 진정한 목표를 찾아내기 위함이었죠.
길 위에서 수많은 기술을 다듬고 자신의 정체성을 마법사가 아닌 의사로 확립한 이후, 미리안드는 두 차례 인연을 맞이했습니다. 처음은 기꺼이 성씨를 내어준 태고의 빛이자 가족, 그다음으로는 마지막 전투를 함께한 동료들이었죠. 그는 언제 어느 때나 무리에 섞이길 거부하고 제 뜻이 전부인 양 움직였지만, 그가 무엇보다 우선시한 것은 동료의 목숨이었으니 그 손길 가운데 무익한 것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요.
끝내 하늘이 무너지고, 인간은 승리하며, 생명의 경중 따위 신경도 쓰지 않던 의사는 제 목숨을 엮어 수십 수만의 삶을 연장시켰죠. 그리고 다음, 당신으로부터 마지막 한 발자국을 이어받게 된 천재는 그 한 걸음으로 이치를 비틀고 인과를 뒤집어 또 한 번 수많은 목숨을 살려낼 겁니다. 설령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