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숲으로 쫓겨난 라르곤은 매일 밤 되물었습니다. 마을에서 돌을 맞아 생긴 상처는 욱신거렸고 찢긴 옷 사이로는 바람이 파고들었죠. 헝클어진 머리에 초점 잃은 눈으로 숲을 배회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괴물이었습니다.
당시 라르곤의 소원은 오직 하나, 내일이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소원이 이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지요. 일말의 망설임은 불면의 밤을 지새고 또 지새며 희석되었습니다. 라르곤은 정령들의 만류를 뒤로하고 숲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요사스러운 기운이 감돌아 산짐승조차 얼씬도 않는 장소였죠.
집채만한 마물이 웅크리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곳에는 눈을 감고 고통을 삭이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여태 라르곤이 만난 그 누구와도 달랐습니다. 인간 때문에 재앙을 조각내어 삼켰음에도 여전히 인간을 사랑했거든요. 라르곤에게 그건 미지의 영역이었고 짐작할 수 없는 감정이었죠. 라르곤은 소년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인간을,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지 궁금했으니까요.
갑작스레 찾아온 전쟁과 새로운 동료들 사이에서 라르곤은 언제나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습니다. 모두가 그리는 내일의 모습은 제각각이었고 때로는 그로 인해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죠. 전세는 불리해졌고 희망은 바닥났으며 내일이란 다가올 절망의 축소판이 되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울컥 쏟아냈다가 후회하기를 수차례, 어느 순간부터는 입을 굳게 닫아버렸지요.
그리고 마침내, 길고도 짧았던 생의 끝자락에 다다라서야 그는 비로소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지켜낸 내일에 자신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감사하면서요. 단 하나의 아쉬움은 소년이 꿈꾸던 세상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러 라르곤은 뜻밖의 내일과 직면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다른 결말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미련 한 점 남기지 않았던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