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일 당신이 길을 떠난 나그네이고, 그 유명한 기원의 나무를 보기 위해 낯선 국가에 들른 여행자라면 이런 소문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야트막한 언덕 위, 한때 기원의 나무가 자리했던 곳에 보란 듯이 들어선 장서실과 얼굴 없는 현자에 관한 이야기를 말이죠.
처음 들어보신다고요? 그 또한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이름도 정체도 모를 현자는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나타났으니까요. 다만 그 시작에 관해서는 사람마다 말이 제각각이었죠. 누군가는 그를 역사서의 공백을 채운 주인이라 불렀고, 또 누군가는 장서실 깊은 곳에 대륙을 비탄에 빠뜨린 악룡이 잠들어 있으며 현자는 홀로 그 봉인을 지키고 있는 거라는 말을 옮기질 않나. 어떤 이는 더 나아가, 먼 옛날 이 대륙을 벼랑 끝에서 구해낸 누군가가 그 대가로 세상의 기억에서 지워졌으며, 현자야말로 그 당사자라는 추측을 조심스레 꺼내기도 했죠. 누가 처음 지어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소문들은 줄기가 가지를 뻗듯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허나 이는 그저 떠도는 말로만 그칠 이야기가 아니었죠. 현자는 결코 얼굴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지만, 누군가 조심스레 질문을 건네면 돌아오는 답은 언제나 명료했거든요. 그는 모르는 것이 없었고, 아이들에게 너그러웠으며, 장서실에 쌓인 지식은 그야말로 방대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그가 결코 장서실 밖으로는 나오지 않아 직접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없다는 것뿐이었을 테고요.
집요하게 역사의 빈칸을 더듬던 한 후계자가 장서실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더라면, 전말은 영영 밝혀지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아차, 그 현자가 장서실을 떠나 성으로 돌아간 지도 이미 몇 해가 지난 이야기가 되었군요. 이제는 누구든 기원의 나무를 찾아 그곳에 남아 있는 책들과 기록을 구경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운이 좋다면, 새 책을 놓아두러 들른 자상한 현자와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