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들기 전 삐걱대는 책상에 앉아 이런저런 일들을 추억할 때면 꼭 떠올리곤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지난날의 후회나 무력했던 제 자신에의 원망을 지나, 이제는 그저 궁금증으로 남은 기억을 말이죠. 숲이 불타고, 도망쳐 나오던 그날 밤. 그 작은 오두막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듯 세상이 뒤집힌 날로부터 오래지 않아 린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흔쾌히 제 오두막을 빌려주기는 물론, 다양한 지식을 가르쳐주었던 약초꾼 노인과 이름 모를 소년과의 만남은 지금에도 린의 많은 것을 구성하는 근간이 되어주었죠. 처음에는 장작 하나를 패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믿음직한 사촌의 도움을 구해야만 할 때도 수두룩했으나 린은 멈춰 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포기를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죠. 실력은 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노력이 정당한 보답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말입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대삼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모험가가 된 블레이크 가의 막내는 여전히 유적 탐사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가끔은 뒤돌아보고, 때로는 방황할 테지만 걱정할 건 없지요. 소중한 추억과 현명한 이의 조언, 든든한 가족과 불타는 의지까지. 그 모든 게 린의 앞날을 밝혀줄 테니까요.

◆ CV.김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