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저주라는 것은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름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공포를 유발하는 데다 일상생활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되죠. 그런 저주를 뿌리고 다니는 마녀를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누군가에 대한 저주를 성공시켜본 적도 없고, 마녀도 아닌 체자렛은 억울할만 했습니다.
다만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죠. 거듭된 흉년과 수탈로 인해 민심이 흉흉했고, 모두 희생양을 찾고 싶어서 안달이었으니까요. 단순한 사고가 마녀의 소행으로 둔갑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지요.
그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아름답고, 조금 더 교활했을 뿐이었던 체자렛 알티온의 결말은 그렇게 결정되나 싶었습니다.

허나, 신을 찾아 헤매던 자의 목소리는 의도치 않게 심연의 어둠을 끌어왔습니다.

펼쳐라.

체자렛은 목소리가 들리는 대로 행동했습니다. '그것'은 체자렛에게 끝없는 지혜와 무한한 어둠을 선사해주었고, 저주받은 마녀로 오해받았던 자를 진정한 마도사가 되게끔 인도했습니다.

덕분에 그녀는 자신이 이전부터 꿈꿔왔던 것들을 직접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찮은 벌레들을 마음대로 가지고 논 뒤에 짓밟아버리는 일 말이에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체자렛은 목소리가 들리기 전에 행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 또한 매우 기뻐했습니다.
그녀가 잿빛 마녀에서 자색의 학살자를 거쳐 붉은 현자, 그리고 제국의 첫 번째 보물이 되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겠지요.

만약 체자렛이 '그것'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시 예전처럼 신을 찾아 헤맬까요? 아니면 심연의 어둠을 그리워하며 비탄에 잠기게 될까요?

그럴 리가요.

체자렛은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