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가르는 전설적인 용병의 시작은 아주 작은 걸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소년은 혈혈단신으로 외롭게 세상을 떠돌았죠. 물 한 잔 얻어 마시려던 집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했고, 한 푼 두 푼 모은 돈은 집주인의 잠적으로 전부 날리게 되었거든요.

기댈 사람도, 갈 곳도 없어진 소년이 브루코스 용병단을 만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소년은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었고, 가족을 가졌으며, 행복을 알게 되었거든요. 물론, 습격으로 용병단 전체가 몰살당하기 전까지 말이죠. 소년이 기댈 사람은 단 한 명의 친구밖에 남지 않았지만,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아직 한 줌뿐인 소년의 인생에 가장 큰 전부였으니까요.

시간은 흘러, 아슬란은 새로운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 걸음 역시 혼자가 아니었죠. 심지어 동료가 한 명도 아닌 여럿이었으니 그 든든한 마음은 세상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을 겁니다. 바다를 사랑한 친구, 검보다는 책이 편한 도련님, 머나먼 동방에서 온 무인 등등.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온 만큼 참으로 개성 있는 면면들이었죠. 크기와 무게, 모양 등 모든 것이 달랐던 바위들은 구르고 굴러 마침내 끝을 보았습니다. 정상에 올라 바라본 그날의 태양은 어땠을까요? 숨 가쁘게 올라 마주한 아침을 보며, 아슬란은 누구를 제일 먼저 떠올렸을까요?

전부였던 친구를 잃었지만 동시에 전부가 될 동료를 얻은 전쟁은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아슬란은 멈추지 않았죠. 어쩌면 그 걸음은 누군가의 잊혀진 바람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얼음 위에서 멈춘 소망을 다시 불꽃으로 피워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러니 잊지 말아 주세요. 이제 외로운 소년은 다신 걸을 수 없어도, 모두와 발맞춰 걷는 아슬란은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라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