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테스톨이 세상에 나 처음 마주한 것은 숲이었습니다. 싱그러운 풀 내음 사이 나무들이 노래를 속삭이고, 부드러운 바람결 위에는 꽃들의 여행길이 펼쳐졌지요. 부족할 것도, 넘치는 것도 없는 그 숲의 또 다른 이름은 '캄마카트할'이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숲은 평화로웠습니다. 수백 년 만에 꽃을 피워낸 드라이어드가 할 일은 그저 앞으로도 쭉 행복하게 사는 것뿐이었죠. 그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이들에 당연히 외지인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란의 불길은 숲까지 집어삼키려 들었습니다. 불바다가 된 남부 대륙에서 도망친 이가 바로 그 열쇠였죠. 그날, 이카테스톨이 숲의 경계를 순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크게 다친 라우젤릭이 실수로 버드나무의 가지를 부러트리지 않았다면요? 그랬다면 아마 이들은 영원한 동반자가 될 서로를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이카테스톨은 라우젤릭을 구하기 위해 숲의 결계를 열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세계의 주시자는 이를 놓치지 않았죠. 캄마카트할 역시 마도대전의 역사 한편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숲의 수호자에게 선택의 시간이 왔습니다. 물론 숲 밖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신경 쓰지 않으면 간단한 일이었죠. 하지만 그 세상을 외면할 수 없었다면, 소중한 친구의 세상을 구해주고 싶었다면. 그렇다면 수호자가 갈 길은 오직 하나뿐이었습니다.

마침내 바람은 숲 밖의 세상으로 나아갔습니다. 태어난 나무를 넘어 마주한 세상은 참으로 무섭고 두려웠지만, 동시에 새롭고 신비했습니다. 그 미지의 길을 함께 걷는 불꽃이 없었다면 그저 무섭기만 했겠지요.

이제, 이카테스톨은 매일 새로운 세상을 마주합니다. 수다스러운 햇빛, 말랑한 바람, 반짝거리는 꽃향기. 인간의 언어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숲의 수호자에게는 그 모든 것이 소중하니까요.

그러니 언제나 이 푸르름을 반갑게 맞아주세요. 초록 잎사귀에, 따사로운 햇살에, 부드러운 바람에, 그 어디에든 숲의 숨결은 살아 있을 테니까요. 당신이 먼저 숲을 사랑해준다면 푸른 숨 역시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