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프리에드는 밤을 몹시도 무서워했습니다. 물론 그 어둠을 밝혀줄 옛날이야기가 없었다면 말이지요. 별도 까무룩 잠들 만큼 깊은 밤이면, 시프리에드는 언제나 어머니의 무릎을 찾았습니다. 머리를 쓸어주는 다정한 손길. 풀벌레의 울음을 타고 흐르는 잔잔한 목소리. 시프리에드의 밤은 그렇게 영원히 반짝일 듯했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익히 알고 계시듯, 세상은 이 별의 관조자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지요. 마도대전. 시프리에드를 두 번이나 관통한 이 끔찍한 전쟁으로, 별처럼 반짝이던 삶은 결국 빛바랜 조각으로 흩어졌습니다.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인류는 승리하였는데 대체 무엇이 부족했느냐고요. 예. 그렇지요. 인류는 살아남았습니다. 침묵하지 않은 고룡의 후예는 우리를 곧은 세상으로 안내한 길잡이였으니까요.

과거의 상흔을 짊어진 이 영웅에게 우리는 과연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을까요? 감히 셀 수도 없을 겁니다. 그날, 가족과도 다름없던 동료들을 거의 잃게 된 바로 그날. 시프리에드는 스스로 빛날 힘을 영원히 잃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시프리에드는 다시 한번 별길에 발을 내딛습니다. 무엇이 이 비관적인 길잡이를 움직이게 했는지는 그 누구도 모를 겁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동료들도 아니고, 헛된 희망을 놀라운 기적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위험한 속삭임도 아닙니다. 아마 세상 그 어떤 것도 시프리에드를 흔들 수는 없겠지요. 밤의 인도자가 믿는 건 오직, 이제 자신뿐이거든요.

그러니 이 외로운 밤빛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당신의 오늘을 선물해준 길잡이에게. 당신이 내일을 바라볼 수 있도록 어두운 밤에도 빛을 수놓은 인도자에게. 당신을 위해 더는 밤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별에게.